[스노우보드]카빙턴 - 시즌 캠프③
1516 시즌을 보내며 가장 많이 배운 게 있다면, 세팅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키는 타면서 크게 만져 줄 것들이 없는 반면, 보드는 스키에 비해 굉장히 신경 써 줄 것들이 많습니다.
바인딩 각도, 센터링, 스탠스, 하이백 각도 등
저는 이번 시즌을 보내기 전까지 이것들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죠.
대충 세팅해 놓고 타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즌 캠프를 시작하고 세 번째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강사님의 스탠스 값을 따라해 보았습니다;;
잘 타는 사람의 세팅 값을 무작정 따라한 거죠. 그러면 잘 탈 줄 알고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탠스는 아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보드 위 바인딩 중앙과 바인딩 중앙 사이의 거리를 말합니다.
두 발 사이의 거리라고도 볼 수 있겠죠.
아래 그림은 Flow 바인딩을 사니까 안에 들어 있었던 설명서입니다.
스탠스는 자신의 어깨 넓이와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와 있네요.
저는 56cm로 스탠스를 벌리고 나서 갑자기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이 바보 된 기분은 앞으로도 계속 느끼게 되지요.)
왜냐하면 이전에 그나마 되던 것들이 하나도 안 되더라고요.
턴을 할 때 안정감은 모두 사라지고, 공중에 붕 뜬 듯한 느낌이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양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56cm는 너무 넓었던 거죠.
제가 무심코 바꾼 스탠스 값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다음다음 시즌 캠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설질이 안 좋아서, 내가 못해서 보드가 잘 안 타지는 거라 생각했거든요.
트릭을 즐기는 분들은 보통 스탠스 값을 어깨 넓이보다 조금 넓게 세팅하더라고요.
스탠스 값을 넓게 가져 가면 안정감이 조금 더 생긴다고 합니다.
반면 카빙할 때 컨트롤이 어려워지죠.
저는 트릭은 전혀 하지 않고 라이딩만 하기 때문에 스탠스 값을 제 어깨 넓이에 맞췄어야 했죠.
스탠스 값을 줄일 수록 카빙 시 데크 컨트롤은 보다 수월해집니다.
저는 집에 와서 색지 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러고는 가장 편한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서서 색지에 발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가장 자세를 낮추기 쉬운 스탠스 값도 체크하고요.
그 결과, 제 스탠스 값은 48cm 정도였습니다.
48cm가 56cm로 보드를 탔으니, 잘 안 타지는 것은 당연한 거겠죠?
그렇게 저는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저를 바보로 만든 문제들은 계속 일어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