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거치대 자체 제작기
보드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베란다에 그냥 쌓아 놓기에는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지저분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보드 거치대를 하나 마련하려고 했죠.
합정에 있는 보드샵을 지나가다 보니,
아래와 같이 버스틴 보드 거치대가 보이더라고요.
깔끔하고 아주 예쁩니다. 하지만 보드 거치대를 팔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봐도 썩 마음에 드는 게 보이지 않았고요.
태어나서 톱질은 군대 이후로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보드 거치대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기왕 만들 거 원목으로 고급스럽게 제작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옳은 생각이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이유는 원목 가격이 비싸고, 또 원하는 사이즈의 목재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집성목은 짜집기한 목재인 만큼 톱질했을 때 괜찮을까 잘 모르겠네요.
목재에 대한 지식이 제가 너무 없어서.
집에 뒤져 보니 공구라고는 드릴밖에 없었습니다.
대충 머릿속으로 어떻게 만들지 생각한 다음, 필요한 공구와 자재들을 적어 보았죠.
가장 먼저 목재가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목재 파는 사이트가 생각보다 많이 있더라고요.
동네 목공소에서 사 올까 했지만, 들고 오기도 힘들고 또 어떤 나무를 주문해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근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 보니 어떤 나무가 싼지 어떤 사이즈가 좋은지 조금씩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대신목재에서 소나무 원목과 애쉬 원목을 사이즈에 맞게 주문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소나무 원목이 싼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구성이 좀 약하더라고요. 톱질하다가 결대로 금이 가 버렸습니다.(강력 본드로 다시 붙였지만요.)
뭐 처음 만드는 건데 싼 걸로 만들자라는 생각에 그냥 제작했지만,
다음에 뭘 만들 때는 소나무는 좀 피해야겠어요.
암튼 우여곡절 끝에 나무가 도착했습니다.
위에 보이는 나무가 소나무 원목입니다.
그리고 위 나무는 애쉬입니다.
소나무에 비해 훨씬 고급진 원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표면도 매끌매끌하고, 강도가 비교 불가더라고요.
나무 살 때 이런저런 공구들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가장 유용하게 쓴 직각자, 한 번도 안 쓴 줄톱, 신세계를 보여 준 분도기, 내 실수를 메워 준 본드,
반짝반짝 마감재 바니쉬, 딱 한 번 쓴 클램프, 왜 샀나 싶었는데 많이 쓴 끌 등등
전동 공구 중에서 으뜸은 바로 위에 보이는 직소기입니다.
전동톱인데, 이거 없었으면 어쨌나 싶습니다.
톱질하다가 골병들지 않으려면 필수 공구인 듯 싶네요.
보쉬 제품이 가격도 적당하고 성능도 믿을 만해서,
앞으로 전동 공구 살 일이 있다면 무조건 보쉬를 사려고 합니다.
보드 거치대 만들 때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른 작업할 때 엄청 많이 쓴 샌더기입니다.
전동 사포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나무나 애쉬의 경우 가공이 잘 되어 있어서 별로 안 썼는데,
집에 굴러다니는 거친 목재를 가공할 때 요긴하게 썼습니다.
만약 없었다면 무한 사포질에 쓰러졌겠죠?ㅠ
드디어 엄청난 톱질과 사포질과 드릴질의 결과 조금씩 모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수로 바닥면을 잘못 잘랐는데, 이 또한 만들고 나서 보니 의도한 듯 뽀족하니 괜찮네요.
아버지께 좀 잡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 다음,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주말마다 집에 와서 조금씩조금씩 작업했는데,
삽질한다고 뭐라 안 하시고 날리는 톱밥 치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결과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ㅠ
도면도 없이 그냥 생각난 대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들고 온 스케이트보드를 거치해 봤는데, 튼튼하니 멋지네요.
이제 조립한 보드 거치대를 모두 해체한 다음 마무리 사포질과 바니쉬로 마감을 했습니다.
바니쉬 말리고 칠하고, 2회 마감하는데 또 한 주 보낸 거 같네요.
그리고 지하철 타고 우리집으로 가져 온 다음 재조립하여 보드 거치 완료!
이탈리아랑 프랑스 갔다 오느라 중간에 시간이 좀 떴는데,
주말마다 한 2시간씩 작업해서 한 달 정도 걸린 거 같네요.
드디어 제 보드들이 지저분하고 자리 차지한다고 구박받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공 작업을 처음 해 봤는데,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만족감이 크네요.
다음에는 뭔가 특별한 것을 도전해 보겠습니다!
그때는 조금 더 능숙하게 공구도 다루고, 실수 없이 만들지 않을까요?^^